엉덩이탐정 8권 - 괴도와 납치된 신부 사건
■ 책과 멀리 하게 되었던 나
어릴적 첫 아르바이트를 했던 곳이 동네 책방이었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했던가.. 친구들과 함께 만화를 즐겨보다 사장님과의 친분으로 길지 않았던 알바를 했었다.
물론 지금 생각해보면 최저임금도 받지 못했던 알바였지만, 무제한 책보기 + 마감과 오픈을 다 하니 무상대여가 가능했던 복지혜택(?)이 마음에 들었었다.
그리곤 책을 가까이 한게 언제였는지 기억이 안난다. [ 오페라의유령 ], [ 천사와악마 ], [ 다빈치코드 ] 가 내 기억 속 마지막 책인것 같은 기분이다... 그리고 어느덧 아이에게 책읽기 습관을 들이는 아빠가 되었다.
■ 책이면 뭐든지 괜찮아, 괜찮아.
만화는 책이 아니다? 일반 도서에 비해 그림이 더 많기에 속독을 하게 되는 것은 분명하다.
필요에 따라선 글자를 제대로 보지 않고도 맥락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흘겨보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재밌다. 몰입도 역시나 높은 편이다.
일곱살 아이는 부모의 바램대로 책읽기에 습관을 들였고, 잠자기 전에는 꼭 엄마나 아빠 중 한명의 북리딩을 듣고선 잠이 든다. 몇년전만 해도 책 읽어주다 잠들어버려 잔소리를 많이 들었지만 책의 난이도가 높아지며 요즘은 정신 잘 차리고 읽어주고 있다.
엉덩이탐정 8권은 아이의 7살 생일선물로 준비해봤다. 9권과 함께 선물해줬을때 장난감만큼이나 무척 좋아했다.
물론 글밥이 많은 다른 책들 위주로 읽게 하지만 때로는 혼자 책을 보는 시간에는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스스로 보게 한다. 습관이라는 것은 참 무섭다. 어린이도서관에서 읽던 엉덩이탐정은 그냥 그림만 봤다면, 집에서 혼자 읽는 엉덩이탐정은 "마음 속으로 읽을게" 에서 때로는 소리 내어 읽기도 한다.
이해력이 높은 어른에 비해 아이는 글을 빼고 그림만 봐서는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있기 때문에 자연스레 내용을 잘 알려면 스스로 글을 읽어야한다.
■ 집중력이 필요한 만화
만화라고 싫어할 부모는 참 많을것 같다. 하지만 막상 책을 보면 은근히 집중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서점에서는 내용을 볼 수 없기에 그저 자극적인 부분만 있을거라 생각하지만 나름 '추리'가 있는 도서다. 명탐정코난과 같이 엉덩이탐정이 있는곳엔 늘 사건이 일어나고, 곳곳에서 숨겨진 엉덩이 또는 하트를 찾게된다.
우리가 어릴적 '윌리를 찾아라' 에 빠졌던 것처럼 요즘 아이들은 엉덩이탐정의 문제를 푼다.
고작 한페이지에서 5개를 찾는 것인데도 집중하지 않으면 어른도 못찾는다. 여기서 좋은 점은 아빠와 함께 책을 볼때 함께 문제를 푸는 재미가 있다. 풀이도 필요 없고, 틀렸다고 문제가 되지 않는 놀이와 같은 문제라는 점에서 아이가 책과 가까워 지는데 나쁘지 않은 쉼표(,) 같은 도서라고 할 수 있다.
■ 여러 장르의 책을 다양하게 읽어줄때 각각의 장점
- 그리스 신화 : 전집의 이야기가 이어지는 구조이기에 각각의 영웅과의 관계를 이야기 해볼 수 있다. 내용 자체가 드라마틱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보기에는 지루하지 않은 소재의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어른보다 이름을 더 잘 외우는 모습에 놀라게 된다.
- 어린이과학도서 : 생활 속 과학, 남자아이들이 좋아하는 우주, 로봇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보고 직접 실험도 해볼 수 있다. 자석의 N극과 S극, 컵에 넘치지 않는 물, 섞이지 않는 물과 기름의 성질 등을 책으로 보고 직접 실험하면서 아이에게 책이 주는 지식을 또다른 재미요소로 줄 수 있다.
- 퀴즈 만화 : 책 속 문제들을 함께 풀며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 볼 수 있다. 엉덩이탐정 8권과 같이 중간중간 나오는 추리를 풀기 위해선 자연스럽게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며 넘겨야 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집중력이 필요하다. 재밌기 때문에 책을 읽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매우 적다.
가급적이면 평일에는 집에서 TV를 보지 않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보상으로 집에서 레고를 만들어보거나 또는 좋아하는 책을 읽는 것으로 시간을 즐겨본다. 어쩌면 다른집에 비해 아이에게 너무 억압된 생활을 강요하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모든 부모라면 강요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교육을 소흘히 하지 못하는 것을 경험할 것이다.
만약 아이에게 만화영화를 틀어줘야하는 상황이 싫다면, 차라리 책을 준비하고 책을 좋아하게 하자.
공부에 도움이 된다고 그러한 책들만을 준비하는 것이 아닌 아이가 충분히 고를 수 있을만큼 다양한 장르의 책을 준비하자. 만약 아이가 읽지 않는다면 때로는 그러한 장르의 책은 부모가 직접 읽어줘 아이에게 장르에 대한 이해도를 높혀주는 것도 바람직해보인다.
■ 아빠가 읽어주는, 엄마가 읽어주는
아빠와 엄마의 성향은 다르다. 취향도 다르고 교육관도 다르다. 하지만 부모이기에 하나의 가치관으로 아이에게 혼동을 주어선 안된다. 물론 책을 읽다보면 엄마와 아빠의 성향이 크게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거기서 선택은 아이가 직접하게 된다. 7살이 되어서야 아이는 엄마와 아빠의 책읽어주는 성향을 구분하여 책을 선정했다.
- 엄마가 읽어주는 책 : 책 속의 글자를 또박또박 정성스레 읽어주며, 필요하다면 억양의 조절, 말투의 변화를 주어 읽어준다. 구연동화 수준은 아니더라도 내용에 충실한 리딩이다. 책을 읽는 도중에는 질문은 허락하지 않는다. 책의 내용에 집중하는 스타일이다. [ 아이의 도서 선정 : 위인전 & 그리스로마신화 ]
- 아빠가 읽어주는 책 : 우선 빠르다. 아이가 눈으로 글자를 읽는 속도에 맞추기보단 읽히는데로 읽어내려간다. 다만 코멘트가 많다. 책 속 내용보단 그 내용과 관련된, 아이가 흥미를 가질만한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책의 특정부분에 대해 아이의 의견을 듣고자 한다. [ 아이의 도서 선정 : 어린이과학도서 ]
누가 제대로 읽어주고 있는 것이라다고 하기보단 책의 성향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읽어주는 것도 나쁘지 않은것 같다. 그래서 아이는 과학도서만큼은 아빠와 읽으려 한다. 그래서 때로는 아들에게만큼은 '척척박사'가 되기 위해 예습이 필요하기도 하다.. ㅎㅎ;;;;;
그렇다면 엉덩이탐정 8권 괴도와 납치된 신부 사건은 어떤 내용일까?
우리가 어릴적 봤던 만화 중 '괴도 루팡' 이라는 캐릭터가 있다. 그 캐릭터는 늘 도둑질 이전에 예고장을 보낸다.
그리고 엉덩이탐정에도 그런 애증의 악당이 존재한다. 똥모자를 쓰고 있는것부터가 과연 그가 악당은 맞는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만들긴 하지만, 탐정이 엉덩이고 조수가 강아지인것에서부터 상식은 잠시 내려두고 보자.
국왕의 하나뿐인 딸의 신랑감을 찾는 행사에서 신랑감이 시련 끝에 얻어야하는 면사포를 훔치려는 괴도 U를 밝혀내야하는 엉덩이탐정의 조용한 함정수사 스토리가 이 책에 담겨있다. 놀라운 사실은 그냥 대사 한 줄로 치부할 수 있는 부분이 나중에 결정적 증거가 되는 것을 보며 탄탄한 스토리에 놀라고 말았다.
더 놀라운 사실은 중간중간 등장하는 숨겨진 무늬 찾기는 35세 아빠의 자존심을 무참히 짓밟는 난이도를 보여주고 있다.
결론적으론, 나머지 1~7권을 사고 싶다.... ㅋㅋㅋㅋ
아내가 허락할까?...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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